캠퍼스

CLUB DATE

한일전은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된다?

김수빈 기자

2021.09.07

조회수 2782

글로벌


한일전은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된다?

* ‘2020도쿄 올림픽’ 후토크! 일본인 하루카 씨와 함께


지난 8월, 최초로 3년 만에 치러진 2020 도쿄 올림픽이 막을 내렸습니다. 코로나19로 다사다난한 올림픽이었습니다. 그래도 한 편으론 지친 세계인들을 오랜만에 관심을 불러일으킨 대규모 축제였습니다. 다양한 스포츠 경기 중에서도, 한국인들이 가장 열광하는 경기는 한일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번 올림픽에서도 양궁, 배구, 야구, 핸드볼 등 다양한 종목에서 한국과 일본 양국 간의 경기가 펼쳐졌습니다.


한국에는 ‘일본과 경기라면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일본에 대한 승부욕이 넘칩니다. 이번 올림픽을 보며, 일본 역시 한일전에 대한 특별한 승부욕이나 관심이 있는지 호기심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일본인 대학생 하루카 씨 함께 2020 도쿄 올림픽 한일전과 관련된 몇 가지 이슈들을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대화 내용은 저와 하루카 씨의 인터뷰 내용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다만, 두 나라 대학생의 개인적인 생각을 나누었다는 점은 꼭 기억해주세요.

▲ 여자 배구

01. 여자 배구 8강전, 일본인 심판의 황당한 오심?
(한국) : ​​올림픽에서 심판이 오심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죠. 그런데 여자 배구 8강 경기에서 일본인 심판이 심각한 오심을 하며, 한국인들이 많이 화가 났었어요. 언론에서도 많이 다뤄졌고요. 하루카 씨는 이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일본) : 네, SNS를 통해 이 소식을 접했습니다. 일본 언론들 역시 이에 관한 많은 기사를 작성하였는데요, 대부분은 ‘이해할 수 없는 오심이다.’라는 반응이었습니다. 반대로 일부 혐한론자들이 ‘한국이 늘 일본의 트집을 잡는다.’라는 식의 말을 SNS에 남기고는 합니다. 
한국인 입장에서 그 심판이 여러 번 편파적 판정을 하는 것을 보았을 때 화가 났을 것이라고 생각을 해요.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심판의 ‘오심’으로 비판을 할지라도, 심판의 국적을 이유로 비판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해요. 판정을 비판하되, 국적을 탓하지는 말아야 하겠죠. 일부 한국인들이 심판을 향해 무조건적 비난과 인신공격을 하는 글을 인터넷에 게시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봐요.

▲ 남자 양궁
02. 남자 양궁 단체전 한일전, 선수들의 별명?
(한국) : ​​처음부터 무거운 이야기를 했네요. 이제는 좀 재밌는 이야기도 해볼까요? 혹시 남자 양궁 단체전 한일전, 보셨나요?

(일본) : 네. 한국 선수들이 나이 차가 굉장히 많아 보이는 모습이 기억에 남네요. 일본 SNS에서도 꽤 화제가 되었어요. 일본의 오타쿠(만화나 애니메이션 등 한 분야에 심취한 사람) 같은 이미지의 선수 두 명(오진혁, 김우진)과 소년만화에 나오는 고등학생 같은 이미지의 어린 선수 한 명(김제덕)이 모두 경쾌하게 10점을 쏘아서 맞춘다며 감탄했죠. 모두 캐릭터들이 특이해서 재미있었어요. 게다가 실력도 대단하고요.

(한국) : 저도 그 글을 보고 엄청 웃었어요. 한국에서도 비슷한 말이 나왔는데요. 일본의 무토 히로키 선수를 보고 ‘한국인 프로게이머’ 같은 이미지라며 친숙하다는 반응이 많았거든요. 어떤 사람은 한국의 가수 성시경을 닮았다며, 일본의 대표적 음식 ‘스시(초밥)’ + 성시경을 합쳐 ‘스시경’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어요.

(일본) : 그거 재밌네요. 한국인들은 말을 참 재미있게 하는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한국과 일본 모두 메달을 획득했으니 굉장히 좋네요.

(한국) : 맞아요. 한일전일지라도, 이렇게 평화롭고 훈훈하게 진행되니 좋았습니다. 단상에서 함께 사진 찍는 모습도 보기 좋았고요.
 
03. 한국 기자가 일본 선수를 방해하다?
(한국) : 7월 말, 탁구 여자 단식 8강전에서도 한일전 경기가 있었는데요. 경기 도중 일본 측 선수인 이토 미마가 ‘조명 때문에 눈이 부시다’고 심판에게 호소하여, 해당 취재진의 조명을 끈 일이 있었습니다. 
이에 일본 sns와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는 ‘한국의 촬영 기자가 고의로 선수의 눈을 조명으로 비춰 경기를 방해했다.’라는 주장이 올라왔고, 실제 굉장한 이슈가 되었죠. 하지만 이 촬영 기자가 일본 정보방송 ‘스키리’의 관계자임이 뒤늦게 밝혀지며 한국인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일본) : 네. 이 일은 일본인으로서 굉장히 부끄러운 일이에요. 일본 선수 측을 비췄다는 이유로, 그리고 그 경기가 한일전이었다는 이유로 무리하게 억측한 것이죠. 알고 보니 일본의 취재진이었다니, 정말 황당하고 부끄러운 추측이었어요. 일본인들 역시 사실이 밝혀진 후, ‘프로그램 내에서 당사자가 상황을 설명했어야 하지 않나?’라며 해당 취재진과 방송사를 비판하고 반성하고 있어요.

(한국) : 오해가 풀렸다니 다행이네요. 게다가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시니 저로서는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한국과 일본은 역사적, 정치적으로 다소 불편한 관계에 놓여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가까운 이웃 나라로써 앞으로 펼쳐지는 한일전은 서로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건전한 라이벌 관계로, 즐겁고 성숙한 경쟁을 하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글_김수빈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