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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보고 있는 뉴스 기사, 어디까지 믿으세요?
2024.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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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보고 있는 뉴스 기사, 어디까지 믿으세요?
● 베껴 쓰기의 시대 바른 읽기
‘처널리즘’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제품을 대량 생산한다는 뜻의 ‘churn out’과 저널리즘의 합성어로, 기자가 현장 취재 대신 보도자료나 홍보자료를 그대로 재사용해 기사화하는 것을 뜻하는 말입니다.
여러분이 읽고 있는 기사는 온전히 기자의 언어로 쓰인 글일까요?
#. 넘쳐나는 기사들, 그 원천은 어디서 나왔을까?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포털을 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화면은 바로 뉴스 탭에 언론사들이 송출한 기사입니다.
넘겨도 넘겨도 수없이 쏟아지는 뉴스들, 이렇게 많은 기사를 정말 기자들이 모두 직접 써낸 것일까요? 기사 제공 매체가 지면에서 디지털로 변화하면서 언론사들의 기사 송출 속도 경쟁이 극심해졌습니다.
기자들은 실시간으로 대량의 기사를 생산해 내야 하는 업무 환경에 놓이게 됐죠. 이런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자들은 보도자료를 무비판적으로 재구성해 빠르게 내놓는 것에만 집중하게 됐죠. 이런 세태를 가리켜 처널리즘이란 말이 등장했습니다.
처널리즘은 같은 보도자료가 수많은 언론사에 의해 말만 바뀌어 양산되는 특성 때문에, 보도자료에 오류가 있는 경우에도 오보가 그대로 퍼져나간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 보도자료가 기사로 채택되는 비율은 최대 77.5%
보도자료란 정부, 기업, 비영리 단체 등 조직이나 개인이 언론 보도를 염두에 두고 배포하는 공식자료를 뜻합니다.
동국대의 ‘국내 온·오프라인 신문의 처널리즘 분석’ 논문에 따르면 8개의 언론사를 대상으로 보도자료를 기사로 채택한 현황을 분석했습니다.
삼성전자가 2019년도에 배포한 307건의 보도자료를 기사로 채택한 현황을 분석한 결과, 5개의 언론사에서 100건이 넘는 기사를 채택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특히 조선비즈, 한경닷컴, 매경닷컴 등 경제 부문에 특화된 언론사일수록 채택률이 월등히 더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현상은 비단 한국 언론에서만 나타나는 문제는 아닙니다. 위 논문에 따르면 2008년 영국이 자국 언론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전체 기사의 80%가량이 보도자료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2017년 그리스 온라인 언론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보도자료에서 비롯된 기사 비중이 전체의 21.3%를 차지한다고 밝혔고, 호주 온라인 언론의 보도자료 의존도 연구에서는
온라인 언론사들이 보도자료 문장을 거의 바꾸지 않고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죠. 이처럼 보도자료에 의존하는 현상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문제점임을 알 수 있습니다.
#. 무심코 지나치는 글의 힘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보도자료는 단순 사실만 적시한 자료가 아닙니다. 기업이나 정부의 홍보실에서 쓰이는 경우가 허다한 만큼, 자회사나 정책의 홍보성 글을 보도자료로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자가 이 사실을 알고 있다 해도 그대로 기사로 내게 되면, 홍보 기관에 유리하게 작성된 편향적인 정보가 기자의 객관적인 취재에 의해 작성된 것처럼 보일 우려가 있습니다.
글을 읽는 독자는 광고성인지도 모른 채 기사를 접하면서 본인도 모르게 홍보에 노출이 되는 것이죠.
결국 대중들의 눈과 귀가 돼야 할 언론이 제 역할을 못 하면서, 글을 읽는 독자가 정보의 신뢰성을 판단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것입니다.
영화 ‘댓글부대’를 보신 적 있으신가요? 출처도 근거도 알 수 없는 커뮤니티 글이 일파만파 퍼지며 그 글은 기자에게 닿게 되는데요.
신뢰가 명확하지 않은 글을 기사로 내면서 겪게 되는 혼란과 갈등을 그려냅니다. 이 이야기가 영화로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입니다.
#. ‘복붙’한 글의 범람, 독자가 주체적으로 판단해야
대중을 대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내면의 울림을 전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기자뿐만 아니라 칼럼니스트, 블로거, 평론가 등 사람들에게 보이는 글을 쓰고 있다면, 누구나 고취하고 있어야 할 중요한 의식입니다.
하지만 뿌리내린 관습과 수익 구조가 정해져 있는 언론의 특성상 처널리즘이 개선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에, 언론의 변화만을 바라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이미 우리는 수많은 기사와 글을 접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우리 씽커 독자들도 글을 접하는 태도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독자는 기사를 접하면서 자가 검열을 하는 동시에 비판적인 사고가 필요합니다.
글에 필자의 생각이 온전히 담겨있는지 글을 읽는 여러분이 스스로 판단해야 합니다.
그렇게 자신만의 가이드라인을 통해 정보를 선별할 수 있는 눈을 가질 때, 비로소 세상에 드러난 글을 올바르게 바라볼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당신이 읽고 있는 이 글, 믿으시겠습니까?
글_최주원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