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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광고라면 스타 2세 육아 예능?

정진영

2015.04.23

조회수 12574

사랑이와 대한·민국·만세.

옆집에 사는 아이의 이름은 몰라도 저 아이들의 이름을 모르는 대한민국 사람이 있을까 싶습니다.

국민 베이비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을 아이들은 사랑이와 대한·민국·만세뿐만이 아니지요. 최근 2∼3년간 방송을 통해 알게 된 연예인 2세들의 이름을 헤아리자면 손가락 열 개로는 모자랍니다.

방송에서 아이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던 대표적인 프로그램 가운데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가 있습니다.

고쳐야 할 문제가 있는 아이들과 부모들이 출연해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양육 방식을 달리해 보는 과정을 담아 육아 문제로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일종의 ‘부모교육 효과’를 가져 온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쉽게 해결 될 것 같아 보이지 않는 심각한 수준의 문제를 단기간에 고쳐내는 전문가들의 솜씨에 볼 때마다 감탄하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부터 연예인 2세 프로까지

아이를 좋은 방향으로 나아지게 해주는 프로그램을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한 편으로는 아이가 자라서 자신의 문제를 전국적으로 방송하게 만든 부모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까 의문이었습니다.

자라면서 문제없는 아이가 없고, 문제였던 부분이 점차 개선되는 것이 성장과정인데, 한 사람의 성장과정(일회적이고, 부분적이고, 일시적인 출연이라고 할지라도)에 전문가가 투입돼야 할 정도의 문제아로 인식될 부정적인 모습을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제공하는 것에 대해 어른들의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됐습니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이후 이른바 ‘육아 예능’이라 분류되는 연예인 2세가 출연하는 프로그램들도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게 됩니다.

매주 연재되는 방송으로 유명 연예인 부모와 그 아이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엿보는 재미에 시청률이 몇 년째 고공행진을 합니다.

세련된 인테리어와 부모를 배경으로 완벽한 코디의 아이들이 등장해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니 화면을 보는 내내 흐뭇하기만 합니다.

게다가 출산장려 효과까지 운운하면 당분간 언론에서 말하는 ‘육아예능 대세’라는 말을 거스를 수는 없을 듯합니다.

오래 전에 인기가수그룹 GOD가 출연해 아기를 돌보는 방송이 인기를 끈 적이 있습니다.

실제 부모가 아닌 잘 생긴 청년들이 아기를 돌보는 과정에서 볼 수 있는 좌충우돌 흥미진진한 모습은 무대 위 가수의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어 해당 그룹의 인기에 보탬이 되기도 했습니다.

요즘 방송은 실제 부모가 자신들의 아이와 동반 출연하여 다양한 체험을 소개하고 일상생활을 솔직하게 보여주어 잡지 화보나 광고 속에서 보는 아이들 모습보다 더 친근하고 낯익게 해줍니다.

손쉽게 광고를 섭렵하는 아이들

매주 방송되는 아이들의 사생활과 톱스타들의 양육 방식을 시청자들이 즐겨 보는 사이, 아이들은 어느새 부모 부럽지 않은 인기인이 되어 방송과 광고를 누빕니다.

친숙한 아이들이 등장하는 방송 프로그램은 간접광고에 최적의 무대입니다. 아직 “엄마 아빠” 발음도 시원찮은 아기 시절부터 출연하기 때문에 기저귀부터 간접광고가 시작됩니다.

가장 사적인 공간이어야 할 침실이 아이들이 출연하는 무대가 되고, 아이들이 입는 옷은 물론 소비하는 유아용품까지 방송에 등장하는 상품은 모자이크 처리도 없이 브랜드가 그대로 노출됩니다.

시청률이 대변하듯 아이들의 귀엽고 천진한 모습을 대한민국 다수의 시청자들이 즐겁게 봅니다.

종횡무진 방송과 광고를 누비는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전 국민이 보는 것이 어쩐지 저는 거부하기 힘들게 잘 만든 거대한 시리즈 광고를 보는 것 같습니다. 매번 새로운 상황에 투입된 각종 브랜드 제품들에 먼저 시선이 갑니다.   

이들 육아 예능 프로그램이 실제 출산율 상승에 기여하는지 알 수 없지만, 매주 출연하는 아이들이 소비하는 육아 용품 및 체험에 필요한 비용을 고려하면 사실 출산 장려가 아니라 대리만족으로 그치지 않을까 싶습니다.

육아 예능, 긍정적인 면만 있을까?

아이 한 명을 기르는데 필요한 비용을 굳이 따져 묻지 않더라도, 그들이 보여주는 생활은 일반 가정에서 흉내 내기에 곤란한 수준입니다.

사랑이가 입고 나오는 패셔너블한 아동복과 대한·민국·만세로 대표되는 연예인 자녀들이 누리는 ‘어린이를 위한 생활’을 보다가 현실로 돌아오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시청자가 얼마나 될까요?


게다가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사적인 순간들을 이렇게 장기간 공개하는 것이 긍정적이기만 할지 의문입니다.

소소한 생각은 접어두고 적어도 간접광고에 관해서라면, 이만한 효자 프로그램은 당분간 나오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글_정진영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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