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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악인이 될 수 있다!

손한나 에디터

2020.09.27

조회수 6011

칼럼


우리는 누구나 악인이 될 수 있다!

악의 평범성으로 우리를 성찰해 보기


악의 평범성은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이 상부의 명령에 순응한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자행됐음을 설명하는 개념입니다. 이는 인간의 ‘무사유(無(思惟))’와도 큰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 아돌프 아이히만 이야기
나치스 친위대 장교, 아돌프 아이히만은 종전 후 열린 재판에서 자신은 국가의 명령을 수행했을 뿐, 유대인들을 죽이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심지어 난폭할 것 같았던 아이히만이 실제로는 외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지극히 평범한 노인 같은 모습에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았는데요, 재판을 참관하며 이를 지켜본 독일태생 유대인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역사 속 악행은, 광신자나 반사회성 인격장애들이 아니라, 국가에 순응하며 자신들의 행동을 보통이라 여기는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행해진다.”
바로 악의 평범성에 관한 말입니다.


▲재판을 받는 아돌프 아이히만



#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
한나 아렌트의 말은 당시 유대인과 독일인 모두의 반발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유대인 학살자, 아이히만을 평범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학살에 침묵했던 대부분의 독일 국민 역시 유대인 학살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악의 평범성에 대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오늘날은 당시 독일인의 반발이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는데요, 우리가 그 당시 독일인이라면 어떨까요?


경제 불황으로 우유를 500만 원에 사야 하는 상황에서 일자리를 잃었다면, 그 속에서 당신에게 일자리를 주고 경제를 살리며 당신은 우월한 민족이라고 치켜세워주는 사람이 등장한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따르지 않을 수 있을까요? 



▲한나 아렌트



# 생각의 유무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할 줄 모르는 생각의 무능은 말하기의 무능을 낳고 행동의 무능을 낳는다.”
한나 아렌트는 평범한 아이히만이 악을 행했던 근본적인 이유가 ‘사유의 불능’이며 그의 ‘무사유’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독재의 시절도, 자유의 박탈 시절도, 사상의 박해와 생각의 검열도 당하지 않는 상황이니 그 ‘평범함’에서 벗어나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요?



# 사회 곳곳에는 여전히
사회는 여전히 크고 작은 악행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22만여 건의 영상을 유포한 범죄자의 송환을 불허하고 1년 6개월의 실형의 솜방망이 처벌을 한 판사, n번방에 입장하여 성 착취물을 소비하던 사람들,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에서 침묵하고 방관하던 사람들까지, 악행의 주체자 곁에서 악행에 맞서지 않았던 사람 모두가 ‘생각의 무능이 행동의 무능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들입니다.


법으로 분류하는 중범죄가 아니더라도 코로나19 사태에서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고 집회에 참여하는 것, 코로나19 검사에 의도적으로 응하지 않는 것, 덥다는 이유로, 답답하다는 이유로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는 것, 불필요하면서 허락되지 않는 모임을 가지는 것 역시 문제가 됩니다.


방역복을 입으며 하루 수 백 명의 환자들을 보살피는 의료진, 쉬지 않고 일하는 질병관리본부 직원, 그리고 방역 수칙을 지키며 모임을 최소화하고 거리두기를 지키는 사람들에게는 악행이 되겠지요.



# 코로나 시대 함께 사는 세상

우리는 결국 함께 살아가야 하며 서로에게 영향을 받고 영향을 미치며 살아갑니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당장 욕구와 편의를 위해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지 않고 행동한다면 결국 아이히만이 재판으로 사형을 당했듯이, 공존을 헤치는 생각과 행동은 어떤 방식이든 다시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게 됩니다.


그러니 한나 아렌트가 말하는 그 ‘평범함’에 속하지 않기 위해 오늘부터는 하루에 한 번 생각하는 시간을 따로 가져보면서 나만의 생각, 나만의 주관을 정립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글_손한나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