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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채널 대세 ‘먹방’ 보는 즐거움 뒤에 남기는 뒷맛

황호영 에디터

2016.03.29

조회수 23625

요즘 채널 대세 ‘먹방’
보는 즐거움 뒤에 남기는 뒷맛

 

‘먹는 방송’의 줄임말인 ‘먹방’. 처음에는 인터넷 개인 방송에서 작은 규모로 출현했습니다. 역할 역시 다이어트나 금식 중인 사람들에게 대리 만족을 주는 정도에 불과했었죠. 하지만 지금, ‘먹방’의 인기는 대단합니다.
단지 누군가가 요리하는 것과 그걸 먹는 것을 구경할 뿐인 먹방. 이토록 크게 유행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 보신 적 있나요?

 
(사진출처 :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사진출처 : comedy TV "맛있는 녀석들")

 

 

지상파 ‘먹방’이 가지는 특징

‘냉장고를 부탁해’, ‘맛있는 녀석들’, ‘삼시세끼’ 등 다양한 먹방들이 요즘 지상파 방송으로 번졌고, 현 시대의 한 ‘유행’으로 자리 잡기까지 했습니다.

먹방이 왜 유행하는지를 생각해보기 위해서는 우선 방송되고 있는 ‘먹방’들의 특징에 대해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인기리에 방영중인 지상파 먹방은 크게 두 가지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첫째, 집에 흔하게 있을 법한 재료들로 여느 맛집, 심지어 고급 음식점에서나 판매할 법한 음식들을 ‘비슷하게’ 만드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로 하여금 요리 하는 모습과 먹는 모습을 자체를 보며 즐기게 함과 동시에, ‘나도 저 요리를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실제로 이런 종류의 방송 이후에는 방영 당시의 레시피들이 인터넷 상에서 많이 공유되곤 합니다.

둘째, 유명하거나 좋은 식당을 찾아가 직접 음식을 시켜먹는 과정 전반을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평소 시간적, 금전적 여유가 부족해 자주 가지 못하는 맛집, 혹은 금전적으로 큰 부담이 돼 아예 가지 못하는 고급 식당 등이 방송의 대상이 됩니다.

시청자들은 그곳에서 나오는 음식을 보고, 먹는 것을 지켜보며 평소 가지 못했던 식당에서 어떤 음식을 팔고, 모습은 과연 어떤지 등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합니다. 먹는 것에 대한 대리 만족을 느끼는 것은 물론이구요.

 

먹방을 보는 젊은 세대의 공통점

원래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내가 직접 가서 먹어보면 더 없이 좋을 걸, 왜 그것을 구경하는 것뿐인 먹방이 유행일까요? 그것은 지금 우리 세대가 방송에서 나오는 맛집 같은 곳을 찾아가 방송에서 나온 것과 같은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적인 여건이나 시간적, 심지어 심리적인 여건까지, 모든 것이 말이죠. 그래서 구경만 하거나 혹은 집에서 유사하게라도 만들어 먹는 방법을 배우고자 하는 것입니다.

결국, ‘먹방이 유행한다’는 것은 그러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지금 우리 세대의 상당수가 사는 것이 힘들고, 또 신체적, 심리적으로 허기져 있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단지 흥미 위주로만 볼뿐이라고요?

‘응? 나는 그런 이유로 먹방을 보는 게 아닌데? 단지 흥미가 있어서일 뿐이야’라고 생각하거나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물론 단순한 흥미만으로 먹방을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방송을 보고나면 ‘아 저 집 좋아 보인다 가서 먹어보고 싶다’거나 혹은 ‘어 저런 재료로 만들어도 저렇게 고급스러워 보이는데, 진짜 요리는 어떨까?’라는 생각들이 당연히 들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 때, 시간적, 금전적 여건이 되지 않아 실제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면, 혹은 아예 그럴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면? 마찬가지로 힘든 여건 속에서 허기진 배를 먹방으로 달래고 있는 것입니다. 단지 자각을 못하고 있을 뿐.

 

우리 세대의 가치관 변모에 대한 증표

먹방의 유행은, 더 크게 보면 우리 세대의 사람들이 우선시하는 가치가 변모하고 있다는 것 을 보여줍니다. 먹는 것을 구경하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은 먹고 사는 것, 이른바 ‘먹고사니즘’이 우리가 추구할 수 있는 수많은 가치 중,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너무 억측이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사람들의 관심사는 같은 음식을 두고도 ‘비싸더라도 더 신선한 것, 더 몸에 좋은 것’을 추구하는 ‘웰빙’이었습니다.

지금과 같이 ‘먹는 것’ 자체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결국, 먹방의 유행은 인간의 3대 필수 욕구 중 하나인 ‘먹는 것’이 우선순위가 됐다는 것이며, 추구하는 가치가 퇴보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이유는 요즘을 사는 우리 세대가 취업, 돈벌이가 어렵기 때문에, 시간을 내기 쉽지 않기 때문에, 다시 말해 사는 것이 예전보다 많이 힘들어졌기 때문이겠지요.

글_황호영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