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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유리벽’ 키오스크?

이채린 기자

2021.04.29

조회수 4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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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유리벽’ 키오스크? 

디지털 소외를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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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푸드점이나 카페를 비롯해 이제 웬만한 매장에서는 무인 단말기인 ‘키오스크’를 이용하는 추세입니다. 키오스크는 비대면 거래로 직원과 고객 모두 실용성을 추구할 수 있지만, 키오스크 때문에 편리함이 아닌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도 존재합니다.

“주문은 키오스크로 해주세요”

한 번쯤은 매장에 갔다가 키오스크로 주문을 해달라는 말 들어본 적 있을 것입니다. 혹은 카운터 아르바이트생이 사라지고 키오스크만 놓여있는 매장도 볼 수 있죠. 디지털 사용이 익숙한 젊은 세대에겐 화면 조작만 간단히 하면 금세 주문이 가능한 편리 서비스입니다.

하지만 비교적 기계 조작에 익숙한 20대와 30대들도 키오스크에 종종 불편함을 느끼곤 합니다. 키오스크 메인 화면이 광고 배너 등으로 산만하다거나 터치스크린의 반응이 느리고 쿠폰 등을 사용할 때 복잡하다는 것이죠. 

젊은 세대도 헷갈리는 키오스크 주문, 아마 노년층 대부분에겐 커다란 디지털 장벽일 것입니다.



“나이 든 사람은 익숙하지 않아요”
지난해 한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소비자들이 키오스크 이용 난이도를 75.5점으로 평가했습니다. 

당장 패스트푸드점 키오스크만 살펴봐도 여러 가지 장벽이 존재합니다. 버벅거리며 주문을 이어나가려 해도 뒤로 길게 늘어선 줄은 마음을 더 조급하게만 만듭니다. 
우선 노년층에겐 메뉴판에 남발되어있는 ‘테이크 아웃’, ‘셀프 오더’, ‘사이즈 업’, ‘솔드 아웃’ 등의 외래어부터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림과 글씨도 크기가 작아 눈이 어두운 어르신은 불편하기만 합니다. 버거 하나를 주문하는데 사이드 메뉴와 음료, 사이즈 등 많게는 10차례에 걸친 결제 단계 때문에 결국 중도 포기를 선언하는 어르신들도 많죠.

매장이 한가한 시간에는 직원들이 키오스크 방법을 알려주긴 하지만 바쁜 시간대에는 그럴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이 때문에 키오스크가 없는 매장을 일부러 찾아다니는 어르신들도 있는데요. 하지만 식당 주문 말고도 티켓 발매, 주차권 정산, 동사무소에서 서류하나를 발급하려 해도 키오스크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키오스크는 노년층에게만 반갑지 않은 손님일까요?




“저는 이걸 ‘똑똑한 유리벽’이라고 불러요”
지난 4월 JTBC 뉴스에서는 시각장애인 ‘은산’ 씨의 키오스크 사용에 대한 불편함이 보도되었는데요. ‘은산’ 씨는 키오스크를 ‘똑똑한 유리벽’이라고 부른다며, 무언가 말을 하고 동작을 하는 것 같긴 한데 자신에겐 벽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죠.

익숙해지고자 해도 키오스크마다 디자인과 사용 방법도 제각각이라 매번 낯선 느낌이 들 수밖에 없는데요. 이처럼 디지털 취약계층은 노년층에게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디지털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 또한 포함됩니다. 

키오스크의 디자인부터 ‘착한 디자인’으로
키오스크 디자인을 연구하는 한국디자인학회와 한국HCI학회에 따르면, 화면에 나타나는 선택지가 많은 경우 정보 처리 속도가 떨어져 디지털 취약계층은 심리적 초조함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노년층을 위해선 키오스크의 화면 구성을 단순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불필요한 외래어 사용을 줄이고 글씨와 그림은 크게, 직관적이고 가독성이 높은 디자인으로 재구성하는 것이죠. 시각장애인을 위해서는 점자 버튼이나 음성 서비스가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디지털 장벽 함께 허물자!
무인 주문기를 피해 다닌다는 한 80세 노인은 “내가 똑똑하지 못해서 그렇다”라며 자책하기도 했는데요.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하는 디지털 문명에 누구라도 소외감을 느끼게 해선 안 됩니다. 급하게 찾아온 변화가 있다면 그것에 익숙지 못한 이들에겐 충분한 적응 기간을 주어야 하죠.

이에 따라 최근 지자체에서는 노인들에게 키오스크 등 디지털 기계 활용법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키오스크 체험공간을 만들어 많은 노인이 연습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기도 합니다. 

우리 또한 디지털 취약계층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 앞에 키오스크 주문으로 헤매는 사람이 있다면 답답해하기보다 먼저 따뜻한 시선으로 그들에게 가르쳐 드리는 건 어떨까요?


글_이채린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