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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지하철역 탐험가 이주형 님

유재은 에디터

2017.03.15

조회수 11058

남이 안 해 본 도전, 그곳에 길이 있다

 


걸어서 지하철역 탐험가 대학생 이주형 씨

 

어릴 때부터 새로운 것과 신기한 것들을 정말 좋아한 젊은이. 우주, 심리, 마술, 게임, 추리, 여행 등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하면서 사는 것이 인생 목표가 된 청년. 지하철의 모든 역을 걸어서 여행하고 탐험한 독특한 여행자, 대학생 이주형씨를 소개합니다.

- 지하철 여행을 현재 진행하고 있다고요? 

가끔 어디론가 떠나고 싶으면 지하철 노선도를 펼친 후 눈을 감고 손가락으로 아무 데나 가리킨 다음, 그 곳으로 지하철을 타고 여행을 가곤 했거든요.

휴학해서 시간도 많을 텐데 지하철 노선도의 모든 역을 다 돌아다녀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찾아보니 지하철을 타고 매 역마다 내리면 교통비가 또 장난 아니게 들더라고요. 또 인터넷을 검색하다보니 지하철 타고 노선도를 따라 여행을 다니는 사람도 몇몇 보였어요. 이왕 하는 거 아무도 해 보지 않은 걸로 하자! 결심을 했고, 돈도 아낄 겸 모든 역을 걸어 다녀보자! 라는 생각까지 이어지게 된 것 같아요.

걸어서 지하철 일주를 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죠.(물론 여행 자체가 남이 보기에는 쓸데없는 사서 고생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최초로 지하철 노선도를 걸어서 일주 해보자고 생각하여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 지하철 여행을 하면서 느낀 점은 무엇인가?  

처음에 딱 제가 시작할 때 주변 반응은 반반이었습니다. 정말 멋지다는 사람들과 쓸데없는 고생이라는 사람들. 저도 물론 양쪽의 입장이 모두 이해되었지만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고생할 각오는 충분히 되어있었습니다.

시작 전 2달 동안 사전 조사를 통해 한붓그리기 하듯이 최대한 짧은 코스를 짜고, 역마다 무엇이 유명하고 무슨 맛집이 있는지 모두 찾았습니다. 500개의 역을 일일이 검색했죠. 완벽히 준비한 후 걷기 좋은 가을이 시작되는 9월에 출발했습니다.

걷다 보니 경기도 외곽 같은 곳은 정말 사람도 없고 차도 없고 볼 것도 없는 심심한 곳이 대부분이었어요.

처음엔 노래를 듣다가, 지루해져서 노래를 부르고, 또 지루해져서 자연과 대화를 하기도 했죠. 서울 쪽으로 오니 볼 게 많아서 재밌었습니다.

여러 풍경들도 보면서 계절의 변화도 느끼고, 걸으면서 여러 사람을 만났습니다. 평소에 언제 한 번 밥 먹자고 인사만 하고 얼굴 보기 힘들었던 사람들도 사는 역에 직접 찾아가니 만날 수 있어서 정말 반가웠죠.

제일 재미있는 건 제가 만든 여행 지도를 보고 역 주변에 유명한 곳을 찾아갈 때죠. 저는 서울토박이지만 서울에 안 가본 곳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인천 차이나타운이나 남대문시장,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같은 곳도 난생 처음 가봤으니까요. 또 저는 길치여서 길을 잘 못 찾았는데, 지금은 지도를 10초만 보면 알 정도로 길을 잘 찾게 되었죠.

매일 걸어 다니다보니 건강도 좋아졌고, 지하철 노선도를 하도 보다보니 외울 정도도 되었습니다. 여행으로 얻은 게 추억이나 경험 말고도 부수적인 능력들이 정말 많아집니다.

    

- 지하철 여행을 하면서, 타인에게 소개시켜주고 싶은 ''이 있다면? 

이미 유명한 역들은 많이 있어요. 인터넷에 지하철 여행이라고만 쳐도 몇호선 여행 추천이라고 하면서 정말 많은 여행지가 나오죠. 저는 그것을 넘어 모든 역을 다니는 거구요.

사실 걸어본 입장으로 솔직히 말하자면, 정말 저처럼 일주가 목표가 아니라면 인터넷에 많이 나와 있는 추천 역들을 가라고 할 것 같아요.

지하철의 끝자락에 있는 역들은 제 기억으로는 거의 허허벌판들입니다. 그리고 유명하지 않은 역들에 가보면 정말 도로만 있거나, 재개발 지역이라 공사 중인 곳도 많고요. 그렇다고 일주를 추천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역 사이사이를 걸으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할 수도 있고 인터넷에 없는 정말 신기한 곳을 발견할 때도 있거든요. 시간이 많다면 일주를 추천하지만 여유가 안 된다면 추천 역을 가세요!

지금 그냥 떠오르는 역들을 말해보자면 이태원역(6호선)과 가락시장역(3호선), 달월역(수인선)과 국제업무지구역(인천1호선)이 기억에 남아요.

이태원은 한국이지만 한국이 아닌 것처럼 주변에 걸어보면 이국적인 거리들이 정말 많고, 가락시장은 제가 도매시장을 가본 적이 없어서 시장이 이렇게 클 수가 있구나! 하면서 큰 충격을 받았던 곳이에요.

달월역과 국제업무지구역은 정말 주변에 아무 것도 없고 역만 덩그러니 있으며 심지어 역 안에도 사람이 안 내리는 역이에요.

애매한 역들보다는 이렇게 아예 아무 것도 없었던 역들이 기억에 남네요. 그리고 지하철을 추천해주자면 약간 놀이기구 타는 느낌인 의정부경전철이나 에버라인도 재미있고, 맨 끝으로 가면 지하철 다니는 길이 지하길이 보이는 신분당선도 재밌어요.

 

- 지하철 여행을 가려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지하철 여행을 하려는 사람과 지하철 일주 여행을 가려는 사람으로 나뉠 수 있겠네요. 지하철 여행은 인터넷에서 지하철 몇호선 여행이라고만 쳐도 수많은 자료가 나오니 생략하고, 저는 일주 여행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싶어요. 실제로 제가 블로그에 여행기를 올리는데 지하철 일주에 관한 문의가 오기도 하거든요.

먼저 코스를 잘 짜야합니다. 역이 약 500개 정도이기 때문에 시간 차이가 크거든요. 저는 한 개 호선 끝내고 다음 호선 가는 식으로 하되 한붓그리기 하듯이 코스를 짰습니다. 그리고 역 사이가 너무 멀어 걸을 수 없는 곳도 있습니다.

1호선 남부나 신분당선, 경의·중앙선 같은 곳이요. 그런 곳들은 저도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편입니다. 다음으로 역 주변 유명한 곳이나 맛집 찾기. 저는 사실 여행 지도를 만들었지만 맛집은 생각보다 가지 않은 것 같아요.


​▶ 지하철 일주 노선도 코스 및 사진

 

- 지하철 일주 여행을 꿈꾸는 사람이 있다면? 

걷는 걸 기록하는 게 재미있다는 점입니다. 그냥 무조건 걷기만 하면 흥이 안 날 거예요.

저는 역마다 사진을 찍어서 콜라주를 만들고 있고, 걷는 건 어플을 통해 기록하고 있어요. 저도 여행을 준비하다가 블로그 댓글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빅워크라는 어플이 10m를 걸을 때 마다 1원 기부가 되는 시스템이거든요.

저는 걷는 거리도 기록하고 기부도 하고 있습니다.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여행을 끝내면 약 10만원 정도 기부를 하게 될텐데, 그것 또한 여행의 보람 중 하나가 아닐까요?

 

글_유재은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