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통계

[대공사] "공모전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큰 힘"

신대식 독자

2015.08.24

조회수 4864

부사관으로 임관하여 4년의 군복무가 거의 다 끝나갈 작년 12월이었다. 군복무가 끝나갈 때가 되니 생각의 여유가 생겼다. 군 생활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익어가는 벼가 어찌 고개를 빳빳이 세울 수 있으랴.

열심히 해오던 자격증 공부가 끝나자 여가시간에 특별히 할 게 없었다. 내가 즐기던 피아노, 운동도 어느 정도 질리는 시점에서 공모전에 도전할 생각을 해봤다. 예전부터 생각은 있었지만, 선뜻 나서질 못했던 그 공모전 말이다.


그래서 공모전 홈페이지 씽굿을 방문하여 둘러보니 정말 많은 분야가 진행되고 있었다. 문학, 영상, 디자인, 논문, 봉사활동 등. 시간만 된다면 해보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았다. 비록 전역이 가까워지긴 했지만 군인은 군인이었다.

‘군인인 내가 할 수 있는 공모전, 뭐가 있을까?’라는 조건이 있기에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문학 분야를 도전하려거든 책을 읽어야할 것이고, 논문도 다양한 문헌이 필요할 것이고, 봉사활동은 여기서도 많이 하고 있고, 영상 분야는 군 보안법상 작업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나에게 남은 것은 디자인 분야 정도뿐이었다. 자르고 만들고 붙이기를 가장 싫어하는 내게, 남아있는 분야가 디자인이라니.

그렇게 도전을 망설이며 시간을 보내던 중, 부대에 친한 병사가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게 됐다. 나는 그 병사에게 공모전에 대해 설명을 해줬고, 함께 도전해 보자는 제안에 그 친구는 선뜻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막상 시작하려니 출품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공모전을 처음 하는 터라 접수하는 방법, 주최사의 원하는 아이디어, 제작하기 위한 도구, 종이, 시간, 환경 등 모두가 난관이었다.

당장에 그림을 그리기 위한 A3용지 구하기도 쉽지가 않았다. 용지를 구해도 작업하기 위한 공간은 마땅치 않았고, 그리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는 것 또한 시간을 많이 빼앗아갔다.

하지만 여러 가지 힘든 상황과 악조건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를 챙겨가며 작업을 계속해나갔다. 재미있게 작업하고 즐기면서 하다 보니 주말에도, 야간 휴식에도 작업하기 일쑤였다.

우여곡절 끝에 작품이 완성이 됐지만, 왠지 뿌듯함보다는 허탈함이 더 컸다. 아무래도 손으로만 그리고 채색한 것이다 보니 그리 이목을 끌진 못했다. 우리들 생각에는 말이다.


부대 울타리 밖의 사회에서는 포토샵 같은 컴퓨터 디자인 기술들과 넉넉한 도구, 화려한 채색을 위한 여러 도구가 있지만, 우리에게 제대로 갖고 있는 것들은 색깔마카와 색연필, 어설픈 펜 그리고 설익은 열정 뿐이었다. 그래도 우리에게 방법은 이것뿐이었고,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공모전에 사본 그림을 제출했고, 다시 부대의 일상에 녹아들어갔다. 그리던 펜들은 관물대 안에 넣어두고, 혹시 모를 결과를 대비해 원본 그림은 안전한 곳에 모셔놓았다.

시간이 흘러 올 해 1월 12일, 드디어 공모전 수상자 발표의 날이 됐다. 우리는 공모전을 주최하는 홈페이지에서 우리의 이름을 찾았다. ‘입선’이었다.

비록 큰 상은 아니지만 모든 것이 제한적인 곳에서 도전했던 우리의 열정이 마침내 익는 것이다. 군대의 울타리 안에서 바깥세상에 맞서 큰 도전을 해낸 거 같아 기뻤다.

안 될 것 같은 어려운 환경에서, 비록 작은 상이지만 열정적인 우리의 도전이 커다란 수상의 영광을 안을 수 있게 됐다. 안될 것 같았는데, 그래서 하기 싫었는데.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공모전, 그 녀석 참. 우리에게 공모전은 용기와 희망을 주었다.

공모전 당선은 그 병사에게 남아있는 군 생활 동안 큰 힘이 될 것이고, 나 자신도 인생을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듣자하니 입선 상장이 도착한 후 지휘관이 그 병사에게 포상휴가를 주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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